사건 번호 | 2024노1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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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명 | 두 가지 — 보험금이 부당하게 나가도록 관여한 부분 / 환자를 병원에 이어 주고 대가를 받은 부분 |
1심 | 두 혐의 모두 유죄, 징역 8개월 — 집행유예 없는 실형 |
항소에서 다툰 것 | 사실관계가 아니라 형의 무게 하나 |
항소심 | 원심 파기 — 징역 8개월 · 집행유예 2년 |
달라진 것 | 형기는 그대로. 집행을 미루는 문장 하나가 붙음 |
※ 의뢰인이 짚이지 않도록 나이·직업·지역·의료기관의 종류는 적지 않았고, 피해 금액과 회사 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문에 '징역'이라는 글자만 있고 '집행유예'가 없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끝났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항소장을 낸 날부터 항소심 선고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고, 그 시간은 재판 바깥이 아닙니다. 이 기록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웠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두 개의 시간
항소심이 손을 대는 경우가 어떻게 좁혀지는지, 항소이유를 왜 하나로 좁혀야 하는지는 앞서 다른 사건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글이 다루지 않은 반대편만 보겠습니다.
항소심이 보는 시간 | 무엇을 따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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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이 판단하던 때 | 그때의 판단이 틀을 벗어났는가 — 형의 구조를 다시 짜는 다툼 |
1심이 끝난 뒤 | 그 뒤에 실제로 달라진 것이 있는가 — 이 사건이 놓인 자리 |
앞의 시간은 서류로 다툽니다. 뒤의 시간은 서류를 쓰기 전에 무언가를 실제로 해야 생깁니다.
다툴 것이 없다는 말의 뜻
의뢰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을 만한 새 증거는 없었고, 사실관계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 항소에서 쓸 수 있는 말은 형이 무겁다는 것 하나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그 말만으로 받아들여지는 항소는 많지 않습니다. 1심 뒤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으면, 항소이유서에 적을 수 있는 내용은 1심 법정에서 이미 한 이야기의 되풀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먼저 정한 것은 서면의 논리가 아니라, 선고 전까지 남은 시간에 실제로 무엇을 해 둘 것인가였습니다.
어디에 얼마가 남았는지부터 셌습니다
피해는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 여러 곳에 사건 단위로 나뉘어 있었고, 회사별로 남은 액수가 얼마인지도 정리된 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과도 반성문도 아니었습니다. 공소장에 붙은 목록을 기준으로 회사별, 건별로 피해 금액을 세우고, 그중 이미 돌려준 것과 아직 남은 것을 가르는 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항소심 선고를 석 달쯤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이 작업이 앞에 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산 피해 사건에서 '1심 이후에 달라진 것'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대부분 피해 회복인데, 피해 회복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가 남았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어 보기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흩어진 피해를 한 곳씩 닫았습니다
의뢰인 본인 명의로 받았던 보험금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스스로 반환했습니다. 그 밖에 남아 있던 부분도 순서대로 갚아 나갔습니다.
돈을 보내는 데서 끝내지 않았습니다. 변제가 이루어진 회사마다 변제가 됐다는 확인서와, 처벌에 관한 뜻을 적은 서면을 받아 선고일 전에 한데 묶어 냈습니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회사여도 이 서면은 필요합니다. 갚았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것이 변제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형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언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가 나란히 놓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그 셋이 전부 선고 전에 문서로 남아 있었습니다.
한 사건에 들어 있던 두 개의 법
두 죄가 한 사건에 들어 있었는데, 결이 달랐습니다. 보험금이 잘못 나가게 한 쪽은 보험이라는 제도 자체를 보호하는 법의 영역이고, 환자를 병원에 이어 주고 대가를 받은 쪽은 그 일이 돈으로 오가지 않도록 막는 법의 영역입니다.
하나의 일에서 비롯됐어도 각 법이 지키려는 것이 달라서 따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변제로 채울 수 있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나뉘었고, 항소이유서에서도 두 부분을 한 덩어리로 쓰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리를 적는 방식
이 일은 의뢰인 한 사람이 짠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서면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일이 어떻게 시작됐고 의뢰인이 그 안에서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를 적되, 판단은 법원에 맡겼습니다.
여기에 자필 반성문과 부양 관계를 보여 주는 서류를 함께 냈습니다. 이 자료들은 앞의 것들과 무게가 다릅니다. 변제가 없었다면 이것들만으로 결론이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선고 — 숫자는 그대로, 문장 하나가 붙었습니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선고된 형은 징역 8개월, 그리고 2년의 집행유예였습니다. 형기 자체는 1심 그대로이고, 바뀐 것은 뒤에 따라붙은 문장 하나입니다.
그 문장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유예 기간에 다시 사건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다른 기록들에서 이미 다뤘으므로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해 둘 것은 이것입니다. 유죄는 그대로이고 형도 그대로입니다. 집행이 미뤄졌을 뿐, 사건이 가벼워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피해를 입은 쪽이 있었습니다. 상대가 회사라는 사정이 피해가 없었다는 뜻이 되지는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심이 끝난 뒤에 갚으면 항소심에서 반드시 반영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제 갚았는지, 전부인지 일부인지,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함께 놓입니다. 선고 직전에 서둘러 일부만 보낸 것과, 남은 곳을 세어 순서대로 닫아 간 것은 같은 무게로 읽히지 않습니다.
Q. 피해자가 회사나 기관이어도 합의 서면이 의미가 있나요? A.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어도 변제가 됐다는 확인과 처벌에 관한 의사를 서면으로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법원이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의 기록이 됩니다. 다만 회사마다 절차가 달라 시간이 걸리므로, 선고일에서 거꾸로 세어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Q. 항소심에 새로 낼 수 있는 자료에 제한이 있나요? A. 1심이 끝난 뒤에 새로 만들어진 사정이라면 자료로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한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1심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를 다시 정리한 서면과, 1심 이후에 실제로 한 일을 증명하는 서면은 같은 서류함에 들어가도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습니다.
※ 여기 적은 결과는 이 사건의 사정과 선고 전까지 제출된 자료에서 나온 것으로, 조건이 다른 사건에 같은 결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