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결론 — 법이 말하는 전과기록은 한 줄짜리 목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개의 장부입니다. 검찰청의 수형인명부, 등록기준지의 수형인명표, 그리고 경찰청 수사자료표 안의 범죄경력자료입니다. 벌금형은 앞의 두 장부에는 기재되지 않되 범죄경력자료에는 남는 까닭에, 법률상 전과에 해당합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 형이 '실효'에 이르면 수형인명부 기재는 지워지고 수형인명표는 폐기되지만, 범죄경력자료는 삭제 규정이 없어 그대로 남습니다. 대신 형의 법률상 효력이 사라져 결격사유의 적용이 풀리고, 열람할 수 있는 사람과 사유가 법으로 좁게 제한됩니다.
전과는 왜 세 군데로 나뉘어 기록될까
형사사건을 겪은 분들이 마지막에 묻는 것이 "그래서 전과자가 된 건가요"입니다. 답하려면 기록이 놓이는 자리부터 갈라야 합니다. 우리 법제는 전과기록을 한 기관이 아니라 세 곳에 나누어 두었습니다. 이 구조를 정한 법률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장부 | 관리하는 곳 | 남는 대상 |
|---|---|---|
수형인명부 | 검찰청 | 자격정지 이상의 형 |
수형인명표 | 등록기준지(옛 본적지) 시·구·읍·면 | 자격정지 이상의 형 |
범죄경력자료 | 경찰청 (수사자료표) | 벌금 이상의 형 |
세 장부는 남기는 기준이 달라, 같은 사건이라도 "전과가 남느냐"의 답이 장부마다 달라집니다.
벌금형인데도 전과가 될까
됩니다. 벌금형은 자격정지보다 가벼워 수형인명부·수형인명표 두 장부에는 기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벌금 이상을 담는 범죄경력자료에는 기재가 남습니다. '벌금이면 전과는 아니다'라는 통념은 앞의 두 장부만 보면 맞고, 세 번째 장부 앞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유죄 판결에 이르지 않고 끝난 사건 — 혐의없음 처분이나 기소유예 — 의 기록은 전과기록 아닌 수사경력자료 쪽에 쌓입니다. 기소유예 뒤에 남는 기록과 그 보존기간은 앞서 쓴 글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지워질까 — 형의 실효
법은 형 집행을 마치거나 면제받은 날을 기점으로, 자격정지 이상 형을 새로 받는 일 없이 아래 기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선고된 형 | 실효되기까지의 기간 |
|---|---|
벌금 | 2년 |
3년 이하의 징역·금고 | 5년 |
3년을 넘는 징역·금고 | 10년 |
구류·과료 | 집행 종료 즉시 |
집행유예는 별도의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무사히 지나면 형 선고의 효력 자체가 사라집니다. 또 징역·금고의 집행을 마친 사람이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7년이 지난 시점에 법원에 청구해 실효를 앞당기는 재판상 실효 절차도 있습니다.
실효되면 전과가 완전히 사라질까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실효가 되면 수형인명부에서 해당 란이 지워지고, 수형인명표는 폐기 처리됩니다. 그러나 경찰청의 범죄경력자료는 그대로 남습니다. 이 자료의 삭제를 정한 조항 자체가 법률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효의 정확한 의미는 기록의 소거가 아니라 '형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형 선고가 법률상 힘을 잃으므로 전과를 전제로 한 각종 결격·제한 규정에서 벗어나고, 기록의 열람과 회보 역시 목적별 최소 범위로 묶입니다. 다만 자료가 남아 있는 이상 새로 수사나 재판을 받으면 과거 처분이 그대로 확인되고, 공직선거에 나서면 실효된 형까지 공개 대상이 됩니다. 서류가 파쇄되는 것이 아니라 열람 권한이 잠기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하나 덧붙입니다. 수수료를 받고 전과를 지워 준다는 대행 광고가 보인다면 전부 사기로 판단하셔도 됩니다. 기록 정리는 법정 요건이 채워졌을 때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절차이지, 돈을 낸다고 앞당겨지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회사가 내 전과를 열람할 수 있을까
없습니다. 범죄경력·수사경력의 조회와 회보는 수사와 재판, 병역 판정, 법령에 근거를 둔 임용·인허가 심사 같은, 법이 열어 둔 사유로 한정됩니다. 본인은 경찰서를 통해 자기 기록을 직접 떼어 볼 수 있지만, 기업이 지원자의 기록을 임의로 들여다볼 통로는 없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회보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이를 받아 가는 것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걱정 대신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막연한 불안은 대부분 세 가지 확인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내 사건의 기록이 어느 쪽에 있는가 — 전과기록인가, 수사경력자료인가. 둘째, 실효까지 남은 기간은 얼마인가. 셋째, 지금 준비하는 취업이나 자격에 법령상 결격사유가 있는가. 기록의 종류와 직역에 따라 답이 전부 달라지므로, 이 세 칸을 채운 뒤에야 정확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형도 전과기록에 남나요? A. 네. 수형인명부·수형인명표 두 곳에는 없더라도 범죄경력자료에 남아 법률상 전과로 취급됩니다. 다만 요건을 갖추면 벌금형은 2년이 지나 실효됩니다.
Q. 형이 실효되면 기록이 전부 삭제되나요? A. 수형인명부 기재는 지워지고 수형인명표는 폐기되지만, 범죄경력자료는 삭제 규정이 없어 남습니다. 대신 형의 효력이 소멸해 결격사유가 풀리고, 열람은 법정 사유로 제한됩니다.
Q.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지원자 전과를 확인할 수 있나요? A. 법령이 허용한 절차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본인 확인은 경찰서에서 할 수 있고, 법적 근거 없는 회보서 요구·취득은 그 자체로 처벌 대상입니다.
마무리
전과 문제는 "남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언제까지, 누구에게 보이느냐"로 물어야 정확한 답이 나옵니다. 세 장부의 구조와 실효 기간을 확인했는데도 취업이나 자격 취득에 걸리는 대목이 있다면, 변호사와 해당 직역의 결격사유 조항을 함께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