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 법률상 죄명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 혐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대개 휴대폰입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가장 먼저 하고 싶어지는 일은 삭제입니다. 둘 다 첫 단추이자, 잘못 끼우면 되돌리기 어려운 단추입니다.
한눈에 보는 결론 ① 파일을 지우지 마십시오 — 삭제는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삭제 시도 자체가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평가로 이어져 구속 위험을 키웁니다. ② 휴대폰 제출(임의제출)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며, 제출 전에 대상 혐의·탐색 범위·포렌식 참여와 목록 교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③ 이 죄는 벌금이나 약식명령으로 끝나도 신상정보 등록이 따라올 수 있어, 형의 액수만 보고 사건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처벌 범위부터 — '찍은 사람'만의 죄가 아닙니다
행위 | 법정형 |
|---|---|
의사에 반한 촬영 (미수 포함) |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 |
촬영물 반포·판매·제공·전시 — 찍을 때 동의했거나 본인이 찍은 영상이라도 사후에 의사에 반해 퍼뜨리면 동일 |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 |
영리 목적 + 정보통신망 유포 | 3년 이상 유기징역 (벌금형 없음) |
불법 촬영물임을 알면서 하는 소지·구입·저장·시청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 원 이하 |
직접 찍지 않았어도 받은 파일을 갖고만 있어도 처벌 범위에 들어올 수 있고, "합의하에 찍었다"는 사정은 유포 국면에서는 항변이 되지 못합니다.
휴대폰을 제출하라는데, 거부할 수 있나요
영장 없이 휴대폰을 가져가는 근거는 임의제출입니다. 본인 뜻으로 낸 물건이라 영장이 필요 없다는 구조인데, 이를 뒤집어 읽으면 낼지 말지의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말이 됩니다. 내지 않겠다고 하면 수사기관의 다음 수순은 영장 청구입니다. 그렇다고 거부가 늘 이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어차피 영장이 나올 사안이라면 시간만 늦춰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제출 여부보다 조건입니다. 원칙상 확보 대상은 해당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뿐이고, 기기를 열어 자료를 찾는 포렌식 자리에는 본인이 들어갈 수 있으며, 어떤 자료를 확보해 갔는지 목록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출에 응하더라도 이 세 가지 — 어떤 혐의로, 어느 범위를, 어떤 절차로 — 를 짚은 뒤에, 가능하면 변호인과 상의할 시간을 청하고 결정하십시오.
지우면 왜 안 되나요
세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지워진 파일은 포렌식으로 되살아나는 일이 많습니다. 둘째, 제출을 앞두고 지운 흔적은 그 자체가 증거인멸 시도로 읽히고, 인멸 염려는 구속 사유 중 하나입니다 — 사건을 지우는 게 아니라 구속 사유를 하나 보태는 선택인 셈입니다. 셋째, 유포가 문제된 사안이라면 내 기기를 비운다고 사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술도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이 죄의 쟁점은 촬영·유포의 경위와 동의 여부에 모여 있어서, 기억이 정돈되기 전에 내놓는 확정적인 답변은 이후 내내 부담으로 남습니다. 조사 준비의 순서는 경찰 조사 대비 글에서 정리한 그대로입니다.
벌금으로 끝나면 다행인가요 — 이 죄의 숨은 한 층
다른 죄와 구별되는 지점이 여기 있습니다. 이 죄의 신상정보 등록은 정식 유죄판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 약식명령 확정만으로도 등록 대상이 되고, '벌금형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는 죄 목록에 이 죄는 올라 있지 않습니다. 벌금 몇백만 원으로 조용히 마무리됐다고 여긴 사건 뒤에 등록 의무가 따라붙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죄로 약식명령이 왔다면 액수가 아니라 뒤따르는 효과까지 놓고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저울질해야 합니다 — 7일의 기한과 판단 기준은 약식명령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투는 사건과 인정하는 사건
동의가 있었다거나 촬영 사실부터 부인하는 사건이라면,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와 전후 정황을 보여줄 자료의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갈수록 지워지고, 다툼 자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입니다. 반대로 혐의를 받아들이는 사건이라면 할 일은 피해 회복 쪽에 있습니다 — 재유포를 막는 조치와 삭제 지원에 힘을 보태고, 당사자 접촉 대신 절차를 거친 사과·합의를 밟으며(형사 합의 글 참조), 재발 방지 노력을 문서로 만들어 두는 것. 그리고 어느 편에 서 있든 기억할 사실이 있습니다 — 유포된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법은 소지와 시청 단계까지 처벌망을 넓혀 두었습니다. 이 무게를 이해하는 데서 대응이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받은 영상을 저장만 해 두고 본 적도 없는데 문제가 되나요? A. 불법 촬영물임을 알면서 소지·저장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시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은 경위를 정리하고, 임의로 지우기 전에 대응 방향부터 상담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서로 동의하고 찍은 영상이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A. 촬영 단계에서는 그렇지만, 그 영상을 상대의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촬영 동의와 무관하게 처벌됩니다. 스스로 찍어 보낸 영상을 받은 쪽이 유포한 경우도 같습니다.
Q. 딥페이크나 영상으로 협박당하는 경우도 이 죄인가요? A.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의 제작·유포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는 별도의 조문으로 따로 처벌되며, 처벌 수위도 다릅니다. 그 부분은 별도의 글에서 정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