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번호 | 2025고단77 |
|---|---|
혐의 | 강제추행 — 정식으로 기소되어 공판이 열렸고,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은 사건 |
의뢰인 | 50대 후반 남성, 일용직으로 일하며 채무를 안고 있던 형편 |
판결 | 벌금 300만 원, 그리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
판결에 적히지 않은 것 | 공개·고지·취업제한 — 세 명령은 붙지 않음 |
이 기록의 초점 | 붙지 않은 세 줄이 아니라 남은 줄 — 판결이 확정된 뒤 이 사람 앞에 놓인 의무와 그 기한 |
※ 상대가 있는 사건입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글에 없고, 판결문에 적힌 줄이 확정된 뒤 어디로 이어지는지만 다룹니다. 나이대와 일의 형태처럼 남겨 둔 사정도 특정되지 않을 만큼 일반화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개 빠진 것으로 소개됩니다. 성범죄 유죄 판결에 붙을 수 있는 명령 가운데 세 가지가 붙지 않았고, 형은 징역이 아니라 벌금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다른 기록에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을 받아 든 사람이 그 뒤로 살아가는 것은 빠진 줄이 아니라 남은 줄입니다. 이 사건에서 남은 줄은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 그리고 판결문에 명령으로 적히지 않았어도 법률이 붙여 두는 등록과 기록입니다. 이 글은 그 줄들을 세고, 각 줄에 붙은 날짜를 적습니다.
징역이 아니라 벌금
강제추행은 법정형에 징역과 벌금이 나란히 놓여 있는 죄입니다. 공판이 열리면 법원이 먼저 정하는 것은 액수가 아니라 둘 중 어느 쪽인가입니다. 이 사건은 벌금 쪽으로 갔습니다.
혐의를 인정한 사건이 검찰에서 기소 없이 마무리되는 길도 따로 있는데, 그 길은 [반성을 서류로 증명해 검찰 단계에서 끝난 강제추행 사건의 기록]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 길로 가지 않았고, 법정에서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차이는 아래에서 다시 나옵니다.
벌금이 가벼운 사람과 가볍지 않은 사람
벌금은 징역에 견주면 가벼운 형입니다. 다만 그 말은 형의 이름에 관한 말이지, 그 돈을 내야 하는 사람의 형편에 관한 말이 아닙니다. 일당을 받아 일하며 갚을 빚이 있던 사람에게 300만 원은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마련해야 하는 돈이 됩니다.
변론에서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왔고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를 서류로 정리해 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한 문장이 아니라, 액수가 정해지는 자리에 놓일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판결이 난 뒤에는 그 액수를 실제로 어떻게 낼 것인가라는 다음 문제가 남습니다. 그 문제는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지만, 판결문만큼 이 사람의 몇 달을 정합니다.
판결 뒤의 달력
판결이 확정되면 여러 기한이 같은 날 출발합니다. 이 사건처럼 벌금형과 이수명령이 함께 정해진 경우를 기준으로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시점 | 해야 할 것 | 넘기면 |
|---|---|---|
판결 확정 | 벌금, 이수명령, 그리고 이 죄명에 따르는 등록 대상자의 지위가 함께 굳어짐 | — |
확정일부터 30일 | 벌금 납입 기한 · 기본 신상정보를 주소지 경찰서에 제출 | 벌금은 노역장 유치로 이어질 수 있고, 정보를 내지 않으면 그 자체가 별도의 처벌 대상 |
납부명령을 받은 날부터 30일 | 벌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이라면 사회봉사로 대신하겠다는 신청 (벌금 500만 원 이하일 때) | 기한을 넘기면 신청 자체를 받아 주지 않음 |
확정일부터 6개월 | 이수명령 40시간을 보호관찰소의 집행에 따라 마침 | 지시에 따르지 않아 경고를 받고도 다시 따르지 않으면 별도의 벌금 |
그 뒤 10년 | 등록정보가 보존되는 기간 — 사항이 바뀌면 20일 안에 신고, 해마다 사진 촬영과 대면 확인 | 변경 신고를 빠뜨리면 처벌 대상 |
날짜를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벌금을 내는 일, 등록 정보를 내는 일, 낼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신청하는 일이 전부 첫 한 달 안에 몰려 있습니다. 판결문을 받은 뒤의 첫 한 달이 그 뒤 몇 년보다 바쁩니다.
벌금을 낼 수 없을 때 열려 있는 길
기한 안에 낼 형편이 되지 않을 때 그냥 두면 벌금은 몸으로 치르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그 계산은 [벌금이 정해진 다음의 일을 다룬 음주 사고 기록]에 있으니 여기서는 그 앞에 놓인 두 길만 적습니다.
길 | 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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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내거나 미루기 | 검사에게 신청하고 허가를 받는 절차입니다. 기초생활 수급, 실업급여 수급, 부양할 가족, 개인회생, 장기 치료 같은 사정이 사유의 예로 정해져 있고,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도 들 수 있습니다. 기한은 6개월 안에서 정해지고 사정이 이어지면 연장될 수 있습니다 |
사회봉사로 대신하기 | 벌금이 500만 원 이하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낼 수 없을 때, 납부명령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검사에게 신청합니다. 법원이 낼 능력과 몸 상태, 주거 사정을 보고 허가하며, 일정한 수입이나 재산이 있으면 허가되지 않습니다. 허가되면 몸으로 치를 기간에 맞춘 시간만큼 봉사하고, 한 만큼 벌금을 낸 것으로 봅니다 |
두 길은 서로 막혀 있지 않습니다. 나누어 내는 허가를 받은 사람은 그 허가 기한 안에 사회봉사 신청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이 어느 길을 택했는지는 이 기록에 남기지 않습니다. 다만 300만 원이라는 액수는 두 길이 모두 열리는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40시간 — 판결문에서 '하라'고 적힌 유일한 줄
판결문의 다른 줄들은 '정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로 끝납니다. 이수명령만이 이 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고 적습니다.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나면 재범 예방을 위한 교육을 받게 하는 명령이 원칙적으로 함께 붙습니다. 벌금형과 함께 붙은 경우에는 보호관찰소가 집행을 맡고, 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마쳐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을 채우면 끝나는 일이지만, 일정을 지키지 않으면 끝나지 않습니다. 이행에 관한 지시를 따르지 않아 경고를 받고도 다시 따르지 않으면, 벌금형에 붙은 이수명령의 경우 그 일만으로 별도의 벌금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붙지 않은 세 명령을 두고 결과가 가볍다고 말할 때, 40시간은 그 말 뒤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판결문에서 유일하게 해야 할 일로 적힌 줄이고, 기한이 있는 줄입니다.
등록과 기록 — 벌금형이라고 건너뛰지 않는 두 줄
판결문에 등록을 명한다는 문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죄명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법률이 그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로 만듭니다. 벌금형이라도 마찬가지이고, 등록에서 벌금형이 빠지는 죄명은 따로 정해져 있는데 강제추행은 거기에 들지 않습니다. 확정일부터 30일 안에 기본 신상정보를 주소지 경찰서에 내야 하고, 벌금형이면 그 정보는 10년 동안 보존됩니다. 등록이 공개나 고지와 어떻게 다른지는 [성범죄 판결에 붙는 처분을 항목별로 가른 가이드]에 정리되어 있으니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벌금형이 형사처벌의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도 같습니다. 그 기록이 어디에 어떻게 남는지는 [벌금형이 남기는 기록을 세 장부로 나눈 글]에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에 관하여
이 사건에는 사과를 받고 합의에 응한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서면을 써 준 것은 그분의 결정이었고, 그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날 겪은 일의 무게를 줄이지는 않습니다. 이 글이 판결 뒤의 의무를 세는 것은 그 무게를 잊어서가 아니라, 판결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하는 것이 그분에 대한 최소한의 태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판이 열렸다는 것은 징역형이 나온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약식으로 처리할지 공판을 열지는 검사가 정하고, 공판이 열리면 법원은 징역과 벌금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부터 다시 정합니다. 이 사건은 공판을 거쳐 벌금형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공판이 열린 사건은 법정에서 할 말과 낼 서류가 그대로 판단 자료가 되므로, 인정하는 사건이라도 준비 없이 나갈 자리는 아닙니다.
Q. 정해진 기한 안에 벌금을 다 낼 수 없으면 곧바로 노역장으로 가나요? A. 바로 가지는 않습니다. 확정일부터 한 달의 납입 기한이 있고, 그 안에 나누어 내거나 미루는 신청을 검사에게 낼 수 있습니다. 벌금이 500만 원 이하이면 사회봉사로 대신하겠다는 신청도 가능하며, 이 신청은 납부명령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내야 합니다. 신청을 하지 않은 채 기한을 넘기는 것이 가장 나쁜 경우입니다.
Q. 이수명령 40시간을 기한 안에 못 마치면 어떻게 되나요? A. 벌금형과 함께 붙은 이수명령은 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집행됩니다. 보호관찰소의 이행 지시에 따르지 않아 경고를 받고도 다시 따르지 않으면 그 일만으로 별도의 벌금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일정이 어려우면 지시가 오기 전에 보호관찰소와 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 이 사건에서 정해진 형과 명령은 그때 제출된 자료와 그 사람의 사정 위에서 나온 것입니다. 죄명이 같고 형편이 비슷해도 다른 사건에서 같은 형과 명령이 정해진다고 보장하지 않습니다. 달력에 적은 기한은 법률이 정한 것이므로 사건과 무관하게 같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판결이 난 뒤에 남는 의무와 기한까지 사건의 일부로 보고 함께 정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