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번호 | 원주지원 2024고단592·783·899·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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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 성격이 다른 네 갈래 사건 — 온라인 거래에서 생긴 재산범죄, 온라인 도박, 야간에 건물에 들어가 이뤄진 절도, 다툼 과정의 상해·손괴 |
의뢰인 | 20대 초반, 형사처벌 전력 없음 |
어려움 | 반년 남짓한 기간에 사건이 잇따라 우발적 일탈로 읽히기 어려웠고,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 정리 방식이 제각각이었음 |
결과 | 집행유예 2년(선고형은 징역 1년) — 사회봉사 40시간과 보호관찰이 조건으로 부가 |
※ 사건별 금액과 시기, 거래 품목 등 당사자를 짐작하게 할 세부는 범주 수준으로 바꿔 적었습니다.
사건이 하나일 때와 여럿일 때는 재판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하나씩 떼어 보면 각각 무겁지 않은데, 한 사람 앞에 모아 놓으면 다른 그림이 됩니다. 이 기록은 그 그림을 어떻게 다시 나누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사건이 겹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따로 기소된 사건들은 법원에서 한 절차로 합쳐져 함께 심리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합쳐지면 선고되는 형벌은 건별로 매겨지지 않고 한 번에 하나로 나옵니다.
이 구조에는 방향이 반대인 두 면이 있습니다.
병합의 두 면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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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하게 작용하는 쪽 | 형벌이 한 번만 매겨지므로, 각 사건에서 개별 선고를 받아 그것들이 합산되는 경로보다 총량이 낮아질 여지가 생깁니다 |
부담이 되는 쪽 | 건별 죄질에 더해, 이 사람의 지난 몇 달을 통째로 어떻게 볼 것인가가 심리의 중심으로 올라옵니다 |
여기서 걸림돌이 된 것은 아래쪽 줄이었습니다. 종류가 제각각인 일들이 짧은 시기에 몰렸다는 사정 자체가, 한 번의 실수보다는 굳어진 행동 양상처럼 비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한 덩어리로 두지 않았습니다
이런 재판에서 변론을 한 덩어리로 밀어붙이면 대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택한 방법은 네 갈래를 상대방 단위로 분해한 다음, 갈래마다 맞는 처리 방향을 따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나눠서 한 일 |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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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가능한 사건 | 다툼에서 생긴 사건부터 상대방과 대화를 시작해 매듭지음 |
피해자가 여럿인 사건 | 한꺼번에 묶지 않고 한 사람씩 따로 진행 |
정리가 닫힌 사건 | 합의가 아닌 다른 경로로 전환(아래에서 따로 설명) |
사건 전체 | 전부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 관련 조사에도 응함 |
순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매듭지을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지워 나가면, 선고 시점에 남아 있는 문제의 개수가 줄어듭니다. 남은 하나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자원도 그만큼 확보됩니다.
합의가 닫힌 자리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피해자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이때 흔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하고 손을 놓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의뢰인은 사건 이후 계속 찾아가 사과했고, 일해서 번 돈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긴 뒤 나머지를 매주 상대방에게 전달했습니다. 피해가 회복되면 용서하겠다는 뜻을 받았고, 그 이행을 이어 갈 시간을 만들기 위해 선고기일을 미뤄 달라고 신청했습니다.
선고 시점에도 그 변제는 진행 중이었습니다. 완결된 합의서가 아니라 진행 중인 이행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이 자료에는 무게가 실렸습니다. 사과 한 번은 말에 머물지만, 몇 달간 끊기지 않은 송금 내역은 사실로 굳습니다. 회복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와 나란히, 지금 그것을 위해 무엇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함께 놓이기 때문입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 회복을 다루는 방법에는 합의 외에 다른 경로도 있습니다. 그 갈래는 합의와 공탁을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건이 잇따른 배경을 다룬 방식
사건이 연달아 생기는 시기에는 그 밑에 하나의 원인이 깔려 있는 일이 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겪은 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 온 경과가 있었습니다. 진단서와 복약 자료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다만 이 자료를 내놓는 방식에는 선이 필요합니다. 질병이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순간 오히려 반성이 없어 보입니다. 제출의 목적은 면책이 아니라, 왜 이 시기에 이런 일이 몰렸는지를 설명하고 현재 그 원인이 관리되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치료로 상태가 나아져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점을 함께 낸 이유도 같습니다.
선고에 붙은 것들
선고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고, 여기에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40시간이 함께 정해졌습니다.
이 결론을 '끝났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집행유예는 선고된 형이 사라지는 제도가 아니라 그 집행을 미뤄 두는 제도이고, 미뤄 둔 형은 유예 기간 내내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간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유예 결정이 취소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보류돼 있던 징역형이 그대로 집행됩니다.
여기에 조건이 더 붙었다는 점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보호관찰은 유예 기간 동안 관찰을 받는다는 뜻이고, 사회봉사는 정해진 시간을 실제로 이행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선고를 받은 날부터 해야 할 일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이 결론은 종료가 아니라 조건부 유지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건이 여러 건이면 무조건 실형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건수가 늘수록 그 사람을 통틀어 보는 시각의 비중이 커지므로, 건별 정리와 함께 전체 흐름을 설명할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건수 자체보다 그 건들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결론에 닿습니다.
Q. 합의가 안 되면 그 사건은 포기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합의는 피해 회복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상대가 받아 주지 않더라도 회복을 위한 이행을 시작하고 그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완결 여부와 별개로 이행의 지속은 그 자체로 평가 대상이 됩니다.
Q. 도박 사건이 함께 있으면 특히 불리한가요? A. 도박은 규모와 횟수가 기록에 그대로 남는 유형이라 다른 사건과 성격이 다릅니다. 그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고 어떤 무게로 다뤄지는지는 도박 금액의 계산 구조를 다룬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 위 선고는 이 사건의 경위와 제출된 자료를 전제로 나온 것입니다. 사건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