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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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
의뢰인 | 10대 후반 남성 (피의자) |
결과 | 혐의없음 불송치 — 심리생리검사 '거짓 반응' 판정을 객관 기록과 법리로 극복 |
소요 기간 | 고소 접수 뒤 종결까지 넉 달가량 |
결과를 가른 것 | 관계 직후의 메시지·송금 기록, 시간순 정황, 검사 결과의 법적 한계를 정한 판례 |
※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건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일반화했습니다.
기계가 '거짓'이라고 답한 순간
수사 도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회신이 도착했습니다. 심리생리검사, 흔히 거짓말탐지기라 부르는 검사에서 고소인 진술은 이상 신호 없음, 의뢰인 답변은 거짓 반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사건이 여기서 방향을 잃지만, 이 사건은 그 지점을 지나 혐의없음으로 끝났습니다. 판정을 뒤집은 것은 기계 바깥에 쌓여 있던 기록이었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의뢰인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또래와 만나기 시작했고,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 부모에게 인사를 다녀올 만큼 관계는 빠르게 깊어졌습니다. 어느 날 밤에는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 왔고, 두 사람은 의뢰인의 집에서 만나 그날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입영 준비를 이유로 별다른 설명 없이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이별을 택했는데, 얼마 뒤 자신이 아청법 위반(강간) 피의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소인이 청소년 신분이라 형법의 강간이 아니라 아청법이 적용된 사건이었습니다.
무엇이 불리했나 — 세 겹의 어려움
첫째, 죄명이 무거웠습니다. 아청법이 적용되면 법정형부터 일반 강간과 차원이 다릅니다. 둘째, 단둘이 있던 공간의 일을 다투는 전형적인 진술 대 진술 구도라 직접 증거가 없었습니다. 셋째, 심리생리검사 회신이 의뢰인에게만 불리하게 나왔습니다. 이 국면에서 변호인은 검사 결과와 싸우는 대신 더 무거운 기록을 쌓는 쪽을 택했습니다.
변호인이 쌓은 네 갈래의 기록
1. 관계 직후의 흔적. 그날 밤 귀가한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보낸 긴 메시지에는 호감과 애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다음 날 아침에도 평범한 안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귀가하는 고소인의 택시비를 의뢰인이 대신 이체하고 배웅까지 한 내역도 이체 시각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강요당했다는 주장 옆에 나란히 두기 어려운 기록들입니다.
2. 그날의 흐름 재구성. 만남 자체가 고소인의 연락으로 시작된 점, 집 안에 의뢰인의 가족이 머물고 있었던 점, 관계 도중 고소인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의뢰인이 먼저 멈추자고 물었던 정황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해 강제와는 결이 다른 흐름을 보여 주었습니다.
3. 제3자의 확인. 관계는 서로 뜻이 맞아 이루어졌지만 마무리가 나빴고 고소에는 주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고소인에게서 들었다는 지인의 사실확인서를 확보해 제출했습니다.
4. 진술 자체의 균열. 고소장에 적힌 협박 발언 주장을 받쳐 줄 자료가 없다는 점, 고소가 이별 직후에야 접수된 경위, 그리고 고소인 스스로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라 할 만한 폭행·협박은 없었다고 밝힌 대목을 짚어, 진술 전반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법적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대법원 판례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결과를, 엄격한 요건이 모두 갖춰진 경우에조차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만 취급합니다(대법원 87도968). 여기에 이 사건 검사의 질문이 본줄기가 아닌 곁가지 사실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을 더해, 불리한 회신이 결론을 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강간죄의 폭행·협박은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그 판단은 전후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는 판례(대법원 2005도3071 등)가 뼈대가 되었습니다.
넉 달 만의 혐의없음, 결정문에 남은 법리
경찰은 고소인 자신이 강압은 없었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혐의없음 불송치를 결정했습니다. 결정문에는 변호인 의견서가 편 '검사 결과는 정황증거에 그친다'는 판례 법리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고소 접수 뒤 넉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고, 의뢰인은 미뤄 둔 입영 준비로 돌아갔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
심리생리검사의 불리한 회신은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가 아닙니다. 관계 전후에 남은 메시지·송금·이동의 기록, 그리고 진술 사이의 균열이 검사 판정보다 무겁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교제하던 사이의 성범죄 고소, 특히 이별 직후의 고소일수록 감정적 대응보다 기록 보전이 먼저입니다. 심리생리검사의 동의·거부와 증거능력, 응하기 전 따져 볼 기준은 별도 가이드 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짓말탐지기 판정이 불리하게 나오면 유죄로 기우나요?
A. 아닙니다. 판례상 검사 결과는 요건을 갖춰도 정황증거에 머뭅니다. 이 사건처럼 객관 기록과 진술의 모순으로 극복된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Q. 교제 중이던 사이인데도 아청법 강간 고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상대가 청소년이면 아청법이 적용되고 법정형도 무겁습니다. 교제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벗어날 수는 없고, 강압이 없었음을 정황과 기록으로 보여야 합니다.
Q. 이런 고소를 당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사건 전후에 오간 메시지와 송금·이동 내역, 통화 기록을 지우지 말고 남겨 두는 것입니다. 심리생리검사를 비롯한 절차에 응할지 여부는 첫 조사가 열리기 전에 변호인과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위 사례의 결과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른 것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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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이 사건을 포함해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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