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눈에 보는 결론 — 거짓말탐지기 검사(경찰의 폴리그래프 검사, 검찰의 심리생리검사)는 받는 사람이 동의해야만 실시할 수 있고, 거부했다는 사정이 그것만으로 불리한 판단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을 매우 좁게 보아, 요건을 전부 갖춘 예외적인 경우에도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 이상으로 쓰지 못하게 합니다(대법원 87도968). 다만 수사 단계에서는 판단의 참고자료로 실제 영향을 미치므로, 응할지 여부는 진술의 일관성·몸 상태·질문 내용 세 가지를 변호인과 점검한 뒤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심리생리검사란 어떤 검사인가
수사기관마다 이름이 다를 뿐 같은 검사입니다. 경찰은 폴리그래프 검사, 검찰은 심리생리검사라는 명칭을 씁니다. 질문에 답하는 동안의 호흡·맥박·혈압·땀 분비 같은 생리 신호를 장치로 기록해 두고, 그 변화 양상에서 진술의 진위를 추정해 보는 절차입니다.
구분 | 내용 |
명칭 | 경찰 '폴리그래프 검사' / 검찰 '심리생리검사' |
재는 것 | 호흡·맥박·혈압·땀 등 생리 신호의 변화 |
실시 요건 | 검사받는 사람의 동의 (실무상 동의서 작성) |
법정 증거능력 | 원칙적으로 부정 — 요건을 갖춰도 정황증거에 한정 |
거부하면 불리해질까
이 검사는 동의가 출발점입니다. 동의 없이 강제할 방법이 없고, 법원도 검사 결과가 의미를 지니려면 본인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거부는 권리의 행사이며, 거부했다는 사정이 유죄 방향의 근거로 쓰이지도 않습니다. 거절하면 의심받으리라는 불안에 떠밀려 동의부터 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결과가 나쁘면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가 될까
대법원이 세워 둔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거짓말이 반드시 심리 변화를 일으킬 것, 그 심리 변화가 반드시 일정한 생리 신호로 이어질 것, 그 신호를 측정해 거짓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을 것. 이 세 가지 전제에 더해 장치의 성능, 질문의 짜임새, 검사자의 판독 역량까지 검증되어야 비로소 증거능력이 인정됩니다. 실제 재판에서 이 요건이 전부 충족되었다고 인정되는 일은 드물어, 검사 결과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쓰일 길은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이 기준을 세운 대법원은 검사 결과 등을 증거 삼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직접 파기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05도130).
기계가 거짓이라 판정했는데 무죄가 확정된 판례
1987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기 사건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법정까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는데, 거짓말탐지기는 그 부인 진술을 허위 반응으로 회신했습니다. 그런데도 판결은 무죄였고, 그 결론은 대법원까지 그대로 유지되며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87도968). 요건을 전부 갖춘 검사라 하더라도 결과는 진술이 믿을 만한지 가늠해 보는 정황증거의 기능에 그칠 뿐이어서, 처음부터 흔들림 없이 이어진 진술을 기계 판정 하나로 뒤집을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나쁜 판정이 나오는 순간 끝이라는 두려움은, 판례 앞에서 근거를 잃습니다.
증거가 안 되는 검사를 수사기관은 왜 권할까
재판의 증거가 못 될 뿐, 수사에서는 다르게 쓰입니다. 진술이 맞서는 사건에서 어느 진술에 무게를 실을지,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할 때 참고자료가 되고, 검사를 앞뒤로 진술이 달라지는지 살피는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그래서 증거능력이 없으니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는 수사의 흐름에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불리한 회신을 받고도 객관 기록과 법리로 혐의없음 불송치에 이른 실제 사건의 경위는 해결사례 글에 따로 담아 두었습니다.
응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첫째,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술이 흔들린 적이 없다면, 유리한 회신은 무혐의 판단을 받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몸의 상태입니다. 검사가 재는 것은 몸의 신호이므로 극심한 불안, 잠을 못 잔 상태, 복용 중인 약이 판독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질문의 내용입니다. 검사에 앞선 면담에서 어떤 질문을 받게 되는지 안내되는데, 질문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서 벗어나 있다면 응하는 실익부터 다시 따져야 합니다. 세 항목을 변호인과 함께 짚은 뒤 동의 여부를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면 수사에서 불이익이 있나요?
A. 거부 자체가 유죄 방향의 근거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검사는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응할지는 사건의 쟁점과 진술 상태를 놓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Q.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오면 기소되나요?
A. 나쁜 결과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사 단계의 참고자료로는 작동하므로, 불리한 회신을 받았다면 객관 자료와 법리로 반박하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Q.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면 무죄의 증거가 되나요?
A.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재판에서의 증거능력 자체가 원칙적으로 부정됩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는 유리한 회신이 무혐의 쪽 판단에 참고자료로 보탬이 될 수는 있습니다.
마무리 — 판정보다 진술이 오래 남는다
거짓말탐지기는 진실을 가려내는 장치가 아니라 몸의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사건의 결론을 만드는 것은 검사지 위의 판정이 아니라 조서와 기록에 쌓인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검사에 응할지 고민하는 단계라면, 그 선택보다 먼저 자신의 진술을 어떻게 지켜 갈지부터 변호인과 함께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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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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