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요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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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 준강간 (형법 제299조) |
의뢰인 | 20대 남성 (피의자) |
결과 | 혐의없음 불송치 — 수사 단계 종결 |
소요 기간 | 고소 접수 후 약 4개월 |
결과를 가른 것 | 고소 전에 남아 있던 통화 녹음, 시간대별 객관 자료, 블랙아웃·심신상실 구분 법리 |
※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건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일반화했습니다.
이 유형의 사건이 유독 어려운 이유
준강간 사건의 상당수는 단둘이 있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다툽니다. 목격자도 직접 증거도 없으니 수사는 양쪽 진술을 견주는 구도로 흘러가기 쉽고, 고소인의 진술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인 경우에는 오히려 '그 상태를 이용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수사의 출발점이 되곤 합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무엇으로 결백을 증명해야 할지부터 막막해지는 구조입니다.
이 사건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지인들과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 끝에 상대방 여성과 단둘이 남았고, 함께 숙소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아침 헤어졌습니다. 그 시점까지는 아무 일도 없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일행을 거쳐 "상대방이 그날 일을 문제 삼는 것 같다"는 말이 전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강간으로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고소인 측 주장은 "새벽부터는 기억이 없다, 깨어나 보니 모르는 숙소였다"는 것. 의뢰인의 항변은 "서로 호감이 있는 분위기였고 동의한 신체 접촉만 있었을 뿐, 간음에 이른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다음 날 병원을 다녀오는 등 고소인 쪽 정황도 존재했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사 결과를 가른 세 가지
1. 일이 불거지기 전에 남은 통화 녹음. 헤어진 직후, 아직 아무 문제도 없던 시각에 의뢰인이 일행들과 나눈 여러 건의 통화 녹음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의뢰인은 성관계가 없었다는 취지를 일관되게 말하고 있었고, 일행들도 "새벽 통화에서 상대방 목소리가 또렷했다", "부축 없이 혼자 잘 걸었다"는 등 그날 모습을 각자 기억대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고소를 예상하지 못하던 때의 실시간 대화이니, 나중에 지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 녹음들은 국가공인 속기사가 작성한 녹취록으로 정리되어 수사기관에 제출되었고, 사건은 진술 대 진술의 구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 시간대별 객관 자료. 그날 마지막 자리의 결제 기록으로 실제 마신 술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새벽에 의뢰인이 일행과 40분 이상 통화하는 사이 고소인이 옆에서 웃으며 말을 보태던 정황, 숙소로 향하는 동안의 자연스러운 행동까지 시간 축 위에 재구성했습니다. 당시 고소인을 의식이 온전치 않은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자료로 드러나도록 한 것입니다.
3. 블랙아웃과 심신상실을 구분하는 법리. 술 탓에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알코올 블랙아웃'과,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항거불능'은 법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입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고합338, 서울고등법원 2021노336 참조). 기억이 없다는 사정 하나로 심신상실 상태까지 추단할 수는 없다는 논증을 변호인의견서의 기둥으로 세웠습니다.
덧붙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의견서는 고소인을 무고로 공격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고소인도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 속에서 사실을 확인하려다 고소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비난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로만 다퉜습니다. 감정적 대응은 수사기관을 설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뢰인에게 또 다른 위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과
고소 접수 기준으로 약 4개월, 의견서를 낸 뒤로는 한 달가량 지난 시점에 경찰의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이 나왔습니다. 결정 이유서의 논리는 의견서의 판례 법리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습니다. 기소 없이,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끝났습니다.
이 사례에서 기억할 것
이 사건을 움직인 것은 결국 '직후에 남아 있던 기록'입니다. 일이 불거지기 전의 대화와 자료는 어떤 사후 해명보다 힘이 셉니다. 비슷한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다음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사건 전후의 통화 녹음·메시지·이동 경로·결제 내역을 하나도 지우지 말고 남겨 둘 것
첫 경찰 조사에 앞서 사건의 시간 흐름을 객관 자료로 정리해 둘 것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직접 연락은 삼가고, 대응 방향은 변호인과 함께 정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인이 "기억이 없다"고 하면 피의자에게 무조건 불리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블랙아웃)과 의사능력을 잃은 상태(심신상실)는 별개라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당시 상대방의 의사표현과 거동을 보여주는 객관 자료가 있다면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Q. 불송치 결정이란 무엇인가요? A.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수사 단계에서 종결하는 결정입니다. 재판 없이 사건이 끝납니다.
Q. 이미 첫 조사를 받았는데 지금 변호사를 선임해도 의미가 있나요? A. 있습니다. 다만 첫 진술이 이후 수사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가능하다면 첫 조사 전부터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위 사례의 결과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른 것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이 사건을 포함해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