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번호 | 원주지원 2024고단1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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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 강제추행 — 수사 단계에서는 다투었으나 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 인정 |
의뢰인 | 20대 후반, 형사처벌 전력 없음 |
어려움 | 방향을 바꾼 시점이 늦었고, 유죄가 되면 형 외의 처분이 여러 갈래로 따라붙는 사건이었음 |
결과 |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 수강명령과 취업제한은 함께 정해졌으나,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도록 하는 명령은 붙지 않음 |
※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므로 행위의 내용과 관계, 장소에 관한 사정은 적지 않았습니다. 변론의 구조만 옮깁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상담의 첫 질문은 대개 형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 그런데 판결이 확정된 뒤 생활을 오래 붙드는 쪽은 형이 아니라 그 옆에 붙는 처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록은 그 옆자리를 따로 다툰 사건에 관한 것입니다.
다투던 사건을 인정으로 돌릴 때
처음에는 혐의를 다투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런데 확보한 객관 자료를 놓고 보니 그 방향을 유지할 수 없는 지점이 드러났습니다. 공판에 들어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검사가 낸 증거에도 모두 동의했습니다.
이 전환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인정의 시점이 늦을수록 그 인정은 가볍게 읽히고, 처음부터 인정한 사건과 같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환을 결정하고 나면 남은 시간의 사용 방식이 전부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선고까지 남은 기간에 한 일은 두 갈래였습니다.
유죄를 전제로 한 또 하나의 주장
첫 갈래는 흔히 생각하는 양형 변론입니다. 반성의 자료,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 주변의 소명 자료를 정리해 내는 작업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반성문과 사죄의 서면, 교육 이수 자료, 경력과 주변인의 탄원, 건강 관련 자료까지 열 종이 넘는 자료를 묶어 제출했고, 피해자를 위한 공탁 절차도 밟았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 갈래입니다. 성범죄에서 유죄가 되면 형과 별개로 여러 처분이 검토되는데, 이 처분들은 형에 관한 판단에 자동으로 딸려 오지 않습니다. 근거가 되는 규정이 항목마다 다르고, 법원이 따로 판단하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신상정보를 밖으로 내보내는 처분에는 예외 규정이 마련되어 있어, 공개하거나 알려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부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형에 관한 주장과 부수처분에 관한 주장을 한 서면 안에 섞지 않고 분리해서 세웠습니다. "형을 가볍게 해 달라"는 말과 "이 처분은 이 사건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판단하는 자리가 다르고, 근거로 드는 사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갈래의 주장 | 무엇을 말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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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 관한 주장 | 인정과 반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전력이 없다는 점, 생활의 기반 — 형의 종류와 무게를 정하는 자리의 사정 |
부수처분에 관한 주장 | 유죄를 전제로, 해당 처분을 부과했을 때 생기는 불이익과 그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견주는 사정 — 나이, 재범 위험에 관한 평가, 범행의 내용과 경위 |
같은 자료라도 쓰임이 달라집니다
두 갈래로 나눈다고 해서 서류를 두 배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같은 자료가 두 자리에서 각각 다르게 읽힙니다.
반성의 서면과 주변의 탄원은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주로 쓰이지만, 그 사람이 어떤 관계와 일상 속에 있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재범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리에서도 재료가 됩니다. 교육 이수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에 관해서는 태도의 문제로 읽히고, 부수처분에 관해서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읽힙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자료의 양이 아니라 배치입니다. 같은 서류를 어느 주장에 어떤 이유로 붙이는지를 서면에서 명시해 두면, 읽는 쪽에서 두 판단을 따로 내릴 수 있습니다.
결과를 어떻게 읽을까
선고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치료프로그램 수강과 관련기관에 대한 취업제한이 여기에 더해졌습니다. 반면 신상정보를 밖으로 내보내도록 하는 두 명령은 이 사건에 붙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는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읽는 방식을 정확히 해 두겠습니다. 이것은 처벌을 면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죄 판결은 그대로 남았고, 신상정보 등록을 비롯해 부과된 처분들도 그대로 이행해야 합니다. 집행유예 역시 형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집행을 미뤄 둔 상태여서, 유예 기간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그 형이 집행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달라진 것은 여러 갈래 중 한 갈래가 붙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 갈래는 따로 판단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유죄를 다투기 어려운 사건에서도 남아 있던 여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죄를 인정하면 부수처분도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 아닌가요? A. 항목마다 다릅니다. 확정과 동시에 원칙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있는가 하면, 부과할지 말지와 기간을 법원이 사정을 보아 정하는 것도 있습니다. 한 묶음으로 된 세트가 아니라 요건이 제각각인 별개 항목들이라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Q. 다투다가 중간에 인정으로 바꾸면 많이 불리해지나요? A.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시점에 남은 기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방향을 바꿀지 판단하려면 감이 아니라 확보된 자료를 놓고 봐야 하고, 그 판단 자체가 변론의 일부입니다.
Q. 형이 가벼워지면 부수처분도 가벼워지나요? A. 연동되지 않습니다. 각 항목의 요건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형에 관한 사정만 잔뜩 적어 낸 서면으로는 부수처분에 관한 판단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선고 전에 항목별로 나눠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부수처분에 관한 주장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선고가 나기 전입니다. 판결에 그 내용이 담기고 나면 그 뒤에 다투는 일은 별개의 절차가 되고 훨씬 어려워집니다. 인정하는 사건일수록 선고까지 남은 기간이 실제 작업 기간이라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 이 결과는 해당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와 개별 사정을 놓고 내려진 판단입니다. 항목마다 요건이 다르고 사건마다 사정이 달라,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의 수사 단계 대응과 법원 변론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