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결론 ① 명절에는 운전대의 주인이 수시로 바뀝니다. 사건은 그 교대가 흐트러지는 자리에서 생깁니다. ② 거리가 짧다는 사정, 단지 안이라는 사정, 부탁을 받았다는 사정은 어느 것도 운전을 운전이 아닌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③ 밤이 지났다고 운전자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④ 연휴 일정에 술자리를 넣으신다면, 돌아갈 방법을 그보다 먼저 정해 두십시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됩니다. 모처럼 얼굴을 보는 자리에는 대개 술이 오르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차를 타게 됩니다.
이 글에서 형량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기준과 절차는 따로 적어 둔 글들이 있으니 그쪽에 맡기겠습니다. 여기서 보려는 것은 명절에만 생기는 사정 하나입니다. 연휴에는 운전대의 주인이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
운전대가 오가는 자리
평소에는 운전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명절은 다릅니다. 평소 핸들을 잡지 않던 사람이 장거리를 몰고, 늘 운전하던 사람은 잔을 받습니다. 차 한 대를 두고 여러 사람이 번갈아 타고, 누가 지금 운전할 수 있는 상태인지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상담실에서 되풀이해 듣는 연휴 사건들은 대부분 이 교대가 잠깐 흐트러진 자리에서 나옵니다. 크게 잘못을 저지르려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몇십 초쯤은 괜찮다고 여긴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잠깐만 빼 줘" — 부탁이 교대를 만들 때
명절 골목의 이중주차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이 오고, 마침 차 주인은 잔을 들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가 빼 줄게" 하고 열쇠를 받아 드는 장면, 혹은 마신 사람이 직접 나가 몇 미터를 움직이는 장면이 여기서 나옵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인 이상 그것은 운전입니다. 어디까지 갔는지, 왜 움직였는지는 다음 문제입니다. 부탁을 받았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잔을 든 사람은 열쇠부터 다른 사람 손에 건네고, 자기 몫으로는 연락처만 남기면 됩니다. 대신 움직여 줄 사람이 없다면 지금은 어렵다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대리기사가 내린 다음
집 앞에서 기사를 보내고 나면 주차 자리는 코앞입니다. 여기서 교대가 한 번 더 일어납니다.
아파트 단지의 길이든 건물 앞 공터든, 거기서 핸들을 잡은 것도 운전입니다. 술이 들어간 날의 운전은 거리로 재지 않고 잡았느냐 아니냐로만 갈립니다.
주차까지 부탁해 두시고, 그러기 어려우면 세워 둔 그대로 놓고 걸어 들어가십시오. 자리를 옮기는 일은 다음 날 해도 됩니다.
낮에는 운전자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차례를 지내고 받는 한 잔, 점심상에 놓인 반주 한 잔. 낮이라는 점, 거리가 가깝다는 점, 명절이라는 점이 한꺼번에 겹치면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그런데 연휴의 낮은 오히려 단속이 촘촘해지는 시간대입니다. 그리고 "조금밖에 안 마셨다"는 말은 측정된 값 앞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마신 양이 아니라 마셨다는 사실 쪽에 놓여 있다고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낮에 한 잔이라도 받으실 생각이라면, 그 자리에 앉기 전에 오늘의 운전자를 먼저 정해 두십시오.
밤이 지났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전날 밤이 길어졌는데 아침에는 일찍 나서야 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을 붙였으니 괜찮겠다는 감각이 여기서 작동합니다.
개운하다는 느낌은 지금 몸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몇 시간의 잠으로 그 차이가 다 지워지지는 않고, 연휴 아침 단속에서 값이 나오는 일은 해마다 반복됩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값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그 계산이 왜 다툼거리가 되는지는 측정을 다룬 글에 풀어 두었습니다.
밤늦게까지 마셨다면 이튿날 아침의 운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시거나, 출발 시각을 뒤로 미루십시오. 명절 아침의 한 시간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습니다.
바퀴 달린 것은 전부 포함입니다
차를 두고 가기로 한 날이라도,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대신 타는 선택은 남겨 두지 마십시오. 술이 들어간 상태로 타는 것 역시 금지돼 있습니다. 자동차와 견주면 다루는 방식도 무게도 다르지만, 타면 안 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처벌과 별개로 고스란히 남습니다.
연휴 전에 정해 둘 것 하나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술이 들어간 날의 운전은 그 자리에서 끝난 것이고, 그 '날'의 경계는 잠든 시각이 아닙니다.
그러니 미리 해 둘 일도 하나입니다. 술자리 일정을 잡을 때 돌아갈 방법을 같이 정해 두는 것. 대리를 부를지, 버스를 탈지, 누가 운전을 맡을지 말입니다. 이 짧은 상의 하나로 형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야 할 일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덧붙여, 수치별 처벌 기준이 궁금하시면 그 부분만 정리한 글이 따로 있고, 측정 요구를 받았을 때의 선택지와 그 결과는 적발 직후 대응을 다룬 글과 실제 사례 기록에 나누어 담아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차장 안에서만 움직인 것도 음주운전인가요? A.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운전도 음주운전으로 다루어집니다. 아파트 단지의 통행로, 건물 앞 공터 모두 해당합니다. 장소가 어디인지는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Q. 대리기사가 중간에 내려 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A. 남은 거리가 짧더라도 직접 운전대를 잡는 선택은 피하십시오. 다른 대리를 부르거나, 차를 그 자리에 두고 이동하는 편이 낫습니다. 연휴에는 배차가 늦어지는 시간대가 있으니 미리 여유를 두고 부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이미 일이 생긴 뒤라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초기 단계에서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고, 그 순서를 따로 적어 둔 글이 있습니다. 시점이 이를수록 선택지가 넓다는 점만 먼저 말씀드립니다.
※ 이 글은 연휴에 자주 생기는 상황을 미리 짚어 둔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결론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탈 없이 모였다가 탈 없이 흩어지는 것이 연휴가 있는 까닭입니다. 여기 적은 일들이 어느 집 명절에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음주·교통 사건을 수사 단계부터 맡아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