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결론 ① 위자료는 이혼에 자동으로 붙는 항목이 아니라 별개의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배상이라는 성격에서 나머지가 전부 따라 나옵니다. ② 배상이므로 책임이 증명되어야 인정되고, 양쪽 책임이 엇비슷하면 청구가 설 자리를 잃습니다. ③ 배상이므로 상대가 배우자 한 사람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④ 배상이므로 시효가 있고, 그 시계는 재산분할의 시계와 따로 돌아갑니다.
이혼 상담에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대개 한 묶음으로 나옵니다. 두 돈이 어떻게 다른지는 재산분할을 다룬 글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은 한 걸음 더 들어가, 위자료가 '배상'이라는 사실 하나에서 실무의 답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성별을 나누어 쓰지 않았습니다. 혼인이 끝나는 자리에 선 어느 쪽에나 같은 구조가 적용됩니다.
한 단어에서 풀려 나오는 것들
배상이라는 성격 | 그래서 생기는 결과 |
|---|---|
손해를 입힌 쪽에게 묻는 돈이다 | 이혼이 성립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구의 어떤 행동이 관계를 무너뜨렸는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
가해자가 배우자로 정해져 있지 않다 | 파탄에 가담한 제3자도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
책임의 크기만큼 정해진다 | 인정되는 사건 안에서도 액수의 폭이 넓고, 양쪽 책임이 비슷하면 물을 상대가 사라집니다 |
권리에 기한이 붙는다 | 일반적인 손해배상과 같은 시계가 돌아가며, 이 시계는 재산을 나누는 쪽의 기한과 별개입니다 |
아래는 이 네 줄을 하나씩 푼 것입니다.
"이혼했으니 당연히 받는 것 아닌가요"
가장 자주 나오는 오해입니다. 이혼이 성립한 것과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별개의 판단입니다.
혼인이 끝났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더는 함께 살지 않게 됐다는 것까지만 말해 줍니다. 배상은 그다음 질문에 답해야 나옵니다. 왜 끝났는가, 그리고 그 원인을 누가 만들었는가. 여기에 답할 재료가 없으면 청구는 근거를 잃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승패는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의 밀도에서 갈립니다. 억울함이 클수록 그것을 설명할 자료도 같이 두터워야 합니다.
상대가 배우자 한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배상은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묻는 것이지, 혼인 관계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관계의 파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다만 이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 않습니다. 반대 방향의 한계가 둘 있습니다.
이미 무너진 뒤에 일어난 일이라면 그 사람이 파탄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혼인이 실질적으로 끝나 있던 시점 이후의 사정은 책임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쌓여 있습니다.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가 다툼의 핵심이 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무너진 때가 언제였는지를 두고 양쪽의 주장이 갈리면, 결론은 그 시점을 보여 주는 기록 쪽으로 기웁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면
한쪽만 잘못한 사건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법원이 책임의 무게를 양쪽에 비슷하게 놓는다면 청구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서로 배상을 구하다 둘 다 빈손으로 돌아서는 결말이 실제로 나옵니다.
이 대목은 청구하는 쪽에도, 청구를 받는 쪽에도 같은 무게로 작용합니다. 받는 쪽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입니다.
액수를 정하는 것은 검색 결과가 아닙니다
얼마인지 정해 둔 표는 없습니다. 법원은 관계가 어떻게 무너졌는지와 책임의 무게를 먼저 보고, 여기에 함께 산 세월, 두 사람의 나이, 아이가 있는지, 앞으로의 생활 형편까지 얹어 재량으로 정합니다.
그래서 비슷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결론의 폭이 넓습니다. 검색해서 찾은 "대개 이 정도"라는 숫자가 내 사건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까닭이고, 상담 자리에서 액수부터 못 박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어떤 일이 언제 있었는지를 시간 순으로 세워 두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록을 함께 붙이는 작업이 결국 액수로 이어집니다.
두 개의 시계가 따로 돕니다
위자료는 손해배상이므로 권리에 기한이 붙습니다. 손해와 상대를 알게 된 때부터 3년, 그리고 문제 된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길게는 10년이라는 한계가 함께 걸립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시계는 재산을 나누는 쪽의 기한과 별개로 돌아갑니다. 재산분할 쪽 기한은 재산분할을 다룬 글에 따로 적어 두었는데, 두 숫자가 다르고 세는 출발점도 다릅니다. 한쪽 기한만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쪽을 놓치는 경우가 실제로 생깁니다.
협의로 갈라서면서 돈 문제를 남겨 둔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헤어진 시점부터 시계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정리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을 정했을 무렵에는 기한이 이미 지나 있기 쉽습니다.
자료를 모으는 방법에도 경계가 있습니다
증거가 결론을 정한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어떻게든 모으면 된다'로 읽으면 곤란해집니다.
상대의 휴대전화를 동의 없이 들여다보거나, 동선이 남는 장치를 붙여 두는 식의 방법은 그 자체로 별도의 책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상을 받으려다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로가 실제로 있습니다.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까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은 가사 사건 바깥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그 구조는 자력구제를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절실할수록 적법한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모은 자료가 실제로 쓰입니다.
혼인신고가 없었다면
혼인신고서를 내지 않은 채 부부로 살아온 경우에도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납득할 만한 까닭 없이 관계를 일방적으로 끝내 버렸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원은 봅니다. 서류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 그 자체로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에서는 함께 부부로 지냈다는 사실 자체를 먼저 보여 주어야 합니다. 생활의 흔적이 곧 관계의 증명이 되므로, 준비의 시작점이 한 칸 앞으로 당겨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구서를 받은 쪽이라면
같은 구조가 거울처럼 적용됩니다. 책임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다툴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경위가 상대의 주장과 다르다면 그 다름 역시 기록으로 보여야 하고, 파탄이 언제 일어났는지에 관한 판단도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한 가지 덧붙입니다. 이 절차를 상대에게 되갚는 수단으로 쓰기 시작하면 기일은 늘어나고 실제로 손에 남는 것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청구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송을 해야만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두 사람이 정해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이때는 글로 남겨 둘 것이 셋입니다. 얼마인지, 언제까지인지, 어떤 방법으로 줄 것인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적어 두어야 합의가 제 역할을 합니다.
Q. 재산분할을 받았으면 위자료는 못 받나요? A. 두 청구는 서로를 막지 않습니다. 한쪽을 받았다는 사실이 다른 쪽의 근거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판단하는 기준도, 기한을 세는 방식도 따로 돌아가므로 한쪽을 매듭지었다고 나머지가 저절로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Q. 제3자에게 청구하면 배우자에게는 청구하지 못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손해를 두고 양쪽에 각각 전액을 받아 내는 구조는 아니므로, 누구에게 무엇을 구할지는 사건의 사정을 보고 정하게 됩니다.
※ 여기 적은 내용은 일반적인 구조에 관한 것이고, 사건마다 사정이 달라 같은 결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이의진 변호사 | 법무법인 원결(강원 원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형사사건과 함께 이혼·상속 등 가사 사건도 맡고 있습니다.